내란정국의 그늘, 정치가 스스로 만든 위기

  • 등록 2025.12.03 19: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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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탑뉴스 차복원 기자 |

 

내란정국의 그늘, 정치가 스스로 만든 위기

▲허인기자

 

2025년 12월의 한국 정치는 이른바 ‘내란정국’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지대에 들어섰다.

국회는 한 달 넘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여야는 서로를 향해 ‘헌정 파괴 세력’이라 규정한다.

정치의 언어는 이미 민주주의의 완충지대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 혼란이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정치 스스로 만들어온 구조적 위기라는 점이다.

정치권은 지금 자신들이 만든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여당은 국정과제의 속도전을 정당화하며 ‘국가 생존’을 앞세우지만, 주요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 과정이 생략된 경우가 많다.

반면 야당은 타협보다 저지에 집중하며 정부·여당의 개혁 전선 전체를 ‘위헌적 폭주’로 규정하는 전략을 택했다. 어느 쪽도 국민이 납득할 만큼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갈등은 커지고, 신뢰는 더 빠르게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헌정기관 간 긴장도다. 입법·사법·행정 어느 곳에서도 여유가 없다.

정부는 국회 파행을 정치공세로 몰아붙이고, 야당은 행정부의 권한 확대를 사실상의 ‘권력 찬탈’로 해석한다.

제어 장치가 무력화되는 순간, 체제 자체가 흔들린다. 지금 한국 정치는 그 경계에 다가서 있다.

이 정국의 본질은 ‘누가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문제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전제로 하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적 관행과 정치적 책임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올 한 해 동안 정치권이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협치의 기술이 아니라 파국의 기술이었다.

정치의 극단화는 언제나 단기 승리에서는 달콤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모든 세력을 파괴한다.

지금의 내란정국은 특정 세력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 전체의 실패다.

정치의 언어가 ‘전쟁 언어’로 굳어지면 타협은 사라지고, 사라진 타협의 자리를 불신이 채운다.

그 불신은 어느새 사회 전반을 잠식한다.

정치가 스스로 만든 위기를 정치만으로 풀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의 정치가 아니라 이성의 정치, 승자의 논리가 아니라 조정자의 역할, 말의 전쟁이 아니라 과정의 복원이다.

정치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국민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상이고, 안정이고, 상식이다.

정치가 그 사실을 잊는 순간, 위기는 더 깊어진다.

2025년 12월의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정치는 다시 한 번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다.

 

차복원 기자 chabo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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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복원 기자

한국탑뉴스에서 정치부, 사회부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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