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탑뉴스 송행임 기자 |
[사회 칼럼] 표(票) 없는 동포는 국민도 아닌가…18개국 체전 예산 ‘난도질’의 정치학
- 17억 예산이 5억으로 ‘싹둑’…해외 18개국 회장단 "투표권 없다고 무시하나" 분통
- "말만 번지르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침묵…정치권 눈치 보기에 동포 사회만 눈물

▲한국탑뉴스 편집장
정치는 선택의 기술이다. 어디에 돈을 쓰고, 무엇을 줄일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은 늘 우선순위를 드러낸다. 재외교포 선수단의 전국체육대회 예산이 17억 원에서 10억 원, 올해는 5억 원 수준까지 줄었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감액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분명하다.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신호다. 더 노골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약 18개국 한인 체육회장들은 대한체육회 산하에 있으면서도 의결권, 즉 투표권이 없는 구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하면 이렇다. 돈은 줄이고, 권리는 주지 않는다. 이쯤 되면 불편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재외교포는 표가 없으므로 후 순위로 밀린 것 아닌가. 이번 사안의 책임을 특정 기관 하나에만 묻는 것은 본질을 흐린다.
우선 대한체육회의 책임은 명확하다. 전국체전의 주관 단체로서 재외교포 선수단의 참여 구조와 권익을 설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의결권조차 없는 구조를 방치해 왔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미비가 아니라 대표성의 포기다.
유승민 회장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오른다. 예산이 반토막 나는 동안, 그리고 해외 체육회장들이 ‘의견 낼 통로’조차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 어떤 공개적 문제 제기와 협상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책임은 결국 정치에 있다. 예산을 실제로 깎고 편성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다. 그리고 그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곳은 국회다.
여기서 여야 모두 자유롭지 않다. 재외교포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은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는다. 선거철마다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의 자산’으로 호명된다. 하지만 정작 예산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이를 막아낸 정치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말과 행동이 따로 논 셈이다. 정치의 냉정한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표가 있는 곳에 관심이 쏠리고, 영향력이 있는 집단이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이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재외교포는 정치적으로 ‘조용한 집단’이기 때문에 밀려났다.
하지만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편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위험한 선택이다. 700만 재외동포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경제·문화·외교의 연결망이자 대한민국의 외연을 확장하는 실질적 자산이다. 전국체전은 그 연결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현장 플랫폼’이다. 그 플랫폼을 약화시키는 것은 단순한 예산 절감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축소에 가깝다.
이제는 책임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대한체육회는 해외체육회장들에게 최소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 참여 없는 동원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는 예산 삭감의 기준과 논리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단순한 ‘재정 효율화’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리고 국회는 답해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예산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왜 막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정치는 결국 기록으로 남는다. 어떤 가치를 지켰고, 무엇을 포기했는지.
재외교포 체전 예산 5억 원은 작은 숫자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절대 작지 않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재외교포를 어디까지 ‘우리’로 인정하는지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 답은, 생각보다 차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