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탑뉴스 송행임 기자 |
[연중기획-절약이 국격이다 ⑤]
[현장 인터뷰] 국회의 민낯을 치우는 사람들,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입니까”
- 국회 화장실 쓰레기통, 하루에도 수십 번 비워내도 ‘종이 타월 산더미’… 민의의 전당에서 실종된 절약

▲한국탑뉴스 편집장
대한민국 민의의 전당이라 불리는 국회. 이곳의 아침은 수천 명의 보좌진과 공무원, 그리고 기자를 포함한 방문객들이 쏟아내는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의 분주한 손길로 시작된다.
하지만 화장실과 복도 정수기 옆 쓰레기통을 마주한 그들의 깊은 한숨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본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미화원들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 특히 언론과 권력의 중심부가 가진 일그러진 소비 윤리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번 연중 기획은 가장 가까운 곳, 바로 기자실의 풍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복사기 옆에 무분별하게 쌓인 파지들, 화장실에서 손을 닦고 뭉텅이로 버려지는 종이 타월, 그리고 정수기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종이컵들을 보며 '절약이 국격'이라는 구호가 이곳에서는 얼마나 무색한지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국회 본관 화장실에서 만난 3년 차 환경미화원 A씨는 꽉 찬 쓰레기봉투를 묶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쓰레기통을 비우러 들어오지만, 손에 묻은 물기를 닦는데 한 장이면 충분할 종이 타월을 대여섯 장씩 뽑아 쓰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쓰레기통 안에는 물기도 묻지 않은 채 구겨진 새 종이가 수두룩했다. A씨는 "나라 살림 아끼자고 말하는 정치인이나 이를 보도하는 기자들이나, 정작 여기서 버려지는 종이 한 장 아끼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며 씁쓸해 했다.
의원 회관과 기자실 복도 정수기 앞 수거함의 상황은 더욱 참혹하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그대로 버려진 종이컵들이 겹겹이 쌓여 간다. 수거함 옆에는 남은 물을 버리는 통이 버젓이 놓여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컵 속에 물을 담은 채 그대로 던져 넣는 이들이 많다. 미화원들은 젖은 종이 더미를 일일이 다시 정리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미화원 B씨는 "직업상 치우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종량제 봉투 하나에 들어가는 이 종이컵들이 다 나무고 돈인데, 물 한 모금 축이고 휙 버려지는 게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국가적 위기와 절약을 논하는 기사들이 생산되는 바로 그 현장에서 정작 종이컵 하나 아끼는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역설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각 방을 돌며 쓰레기를 치우고 돌아서면 다시 쓰레기가 쌓여 있을 만큼 국회의 낭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화원 K씨는 "제발 좀 절약하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며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 "우리가 치우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라, 아까운 자원들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게 가슴 아픈 것"이라는 그들의 호소는 우리 언론인들에게도 묵직한 경종을 울린다. 세상을 비판하는 펜을 들기 전에, 우리가 머무는 기자실의 쓰레기통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절약을 외치기 전에, 국회 소통관의 기자들부터 국회의원과 모든 방문객까지 솔선수범해야 한다. 화장지 한 장, 종이컵 하나를 아끼는 작은 변화가 민의의 전당에서 시작될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도 싹트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치우는 분들의 굽은 등 뒤로 우리가 버린 것은 단순한 오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국격'이다. "아껴야 잘 산다"는 해묵은 구호가 2026년 대한민국에서 다시금 '세련된 시민 의식'으로 부활하기를 기대하며, 5회에 걸친 연중 캠페인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