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탑뉴스 차복원 기자 |
한국의 한강"…K문학, 노벨 문학상 거머쥐다
웨덴 한림원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아시아 여성 첫 문학상…맨부커 이어 노벨문학상으로 '거장' 반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대표작…세계 주요 문학상 중 2관왕
한국 노벨상 수상은 김대중 前대통령 2000년 평화상 이후 두번째
"한강, 아들과 저녁식사 마쳤을 때 수상 전화 받아…예상 전혀 못해"
한국 문학과 함께 자라…삶의 의미 탐구한 선배 작가들의 노력과 힘이 내게 영감"
"나의 수상, 한국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도 좋은 소식 되길"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책 읽고 산책한 편안한 하루였다"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쾌거
(서울=연합뉴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한강의 소설 영문판을 펴낸 영국 출판사들이 10일(현지시간) 한강의 수상을 환영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며 "말하자면 '예술 분야의 BTS' 아닌가. 한국이 가진 저력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쏠린 가운데 굉장한 일이고 큰 경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강의 문학적인 장점은 한국인이 안은 여러 문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유니크한 서사로 표현한 것"이라며 "세계인이 주목할 만한 문학세계를 갖고 있다"고 평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흰'의 영문 번역본 출판사인 그란타(구 그란타 포르토벨로) 시그리드 라우싱 발행인은 연합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기쁘다"며 "노벨상은 문학적 우수성에 대한 상일뿐 아니라 인간 상태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성찰하는 작품을 우선시하는 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한국에서 여성의 위치, 악명 높은 학살의 여파, 상실에 관한 주제로 소설을 써온 한강에게 특히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강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대산문화재단이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연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한강 작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유종호 문학평론가도 "한강 작가는 영국 부커상,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으며 세계 문학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K팝과 영화, 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이번 수상은 작가의 개인적인 영예이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다. 우리 모두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기뻐했다.
정여울 작가 겸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통해
개인이 역사 속에서 커다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을 써왔다고 평했다.
정 평론가는 "멀리서 보면 연약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강인해 보이는 사람들이 한강 소설의
눈부신 주인공들"이라며 "한강 작가도 다른 활동 대신 작품에 몰두하는 문학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의 대표작들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치유와 감동의 서사로 다가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희 문학평론가도 "내면을 탐구하는 섬세함, 인간의 감정에 대한 탐색이 한강 작가를 규정해 오던 방식"이라며
"나아가 '소년이 온다'를 통해 5·18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작별하지 않는다'로 제주 4·3이란 국가 폭력을 다뤘다.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폭력에 대한 저항이란 점에서 일관성을 가졌는데, 우리 역사를 응시하는 방향으로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사상의 깊이가 좀 더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평했다.
허 평론가는 "노벨문학상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에게 주는 상이어서 역사적 깊이의 무게를 많이 따지는데,
그의 이런 문제의식을 노벨위원회가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세랑 소설가도 수상 소식에 크게 기뻐하며
"평소 워낙 뛰어난 작품을 쓰셔서 놀랍다기보다 그저 기쁘다"며
"이번 수상으로 작가님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깊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우싱 발행인은 "한강은 오늘날 가장 진지한 작가 중 하나이며 결코 진부함이나 일반적 의견으로
전락하는 일이 결코 없는 목소리를 가진 작가"라며 "여기에 아낌없고 확고한 서정성으로 한강은 노벨상 수상자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드문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희랍어 시간'을 번역 출간한 펭귄 랜덤하우스 계열 출판사 헤이미시 해밀턴의 사이먼 프로서 출판디렉터는
주영 한국문화원에 보낸 성명에서 "한강과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모두에게 얼마나 멋진 순간인가"라며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강은 탁월한 아름다움과 명확성으로 쓴 글을 통해 잔인한 행위와 사랑의 행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종(species)인 인간이 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고통스러운 질문에 단호하게 직면한다"고 평했다.
프로서 디렉터는 "한강은 어떤 다른 작가와도 다르게 보고, 생각하며, 느끼는 작가"라며
"그녀의 작품들은 경이로움이자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한강은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의 국제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에도 또 다른 소설 '흰'으로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등이 영국에서 번역돼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