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탑뉴스 차복원 기자 |
禹의장,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 공동학술대회 참석
3일(수) 국회입법조사처·국회사무처 등 공동주최로 열려
"그날 밤, '동이 트기 전에 계엄을 끝낸다'는 비장한 각오"
헌법의 힘, 국회의 역할, 민주주의의 힘 등 세 가지 재확인
개선 과제로 정치 양극화 완화, 민생 중심 정치, 개헌 등 제시
"헌법이 시대에 조응해야…과도한 권력 집중과 승자독식 완화“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수)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출처=국회사무처, 사진제공=뉴시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수)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민주주의와 국회, 그리고 헌법> 이라는 주제로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사무처, 한국공법학회, 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로 열렸다.
우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폭풍 같았던 지난 1년, 우리 국민들 덕분에, 잘 헤쳐온 것 같다"며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맞아서 국내·외 유수의 학자들과 언론인들을 모시고 12·3 사태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히 할 방안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를 갖게 되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 의장은 "그날 밤, '동이 트기 전에 계엄을 끝낸다'는 비장한 각오로 국회에 갔고, 여러분 모두가 아시듯 월담을 하게 되었다"며 "국회는 2시간 30분 만에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11일 만에 대통령을 탄핵소추했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우 의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헌법의 힘 ▲국회의 역할 ▲민주주의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등 세 가지를 재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국회였지만 민주주의 최후의 수호자는 국민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3일(수)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 공동학술대회'가 진행 중인 모습(사진출처=국회사무처, 사진제공=뉴시스)
우 의장은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고 정치의 중심을 민생에 두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진단하면서 특히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우리 헌법의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헌법에 적힌 절차와 원칙에 따라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모범사례를 만들었다"며 "그럼에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적 방벽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권력의 과도한 집중과 승자독식을 완화하고, 변화된 사회상과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는 것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헌법이 시대에 조응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는 개헌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은 국회만의 일이 아니라 시민과 학계, 언론, 시민사회가 함께 만드는 민주적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개헌을 성사시키는 것 자체가 정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1년은, 배추가 김치가 되듯 우리 민주주의가 위기를 견디고 극복하며 성숙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며 "앞으로의 모든 과정이 더 단단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가자. 김장김치를 이웃과 나누듯이 우리 민주주의의 회복과 재도약이 세계 민주주의에도 영감과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 공동학술대회
[전문]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 공동학술대회 우원식 의장 기조연설
안녕하십니까. 우원식 국회의장입니다. 폭풍 같았던 지난 1년, 우리 국민들 덕분에, 잘 헤쳐온 것 같습니다.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맞아서 국내·외 유수의 학자들과 언론인들을 모시고 12·3 사태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히 할 방안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를 갖게 되어 기쁩니다.
특히 멀리서 오늘 자리를 위해 참여해주신 카즈야 유코 세계정치학회 회장님, 아우렐 크로아상 교수님, 스테판 해거드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학술대회를 준비해 주신 한국정치학회 김범수 회장님, 한국공법학회 전학선 회장님, 그리고 국회사무처와 국회입법조사처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2·3 계엄 당시 상황과 소회>
2024년 12월 3일, 그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전에는 국회 텃밭에서 김장을 담그며 '여야가 힘을 합쳐, 김치 버무리듯 예산안도 잘 버무려보자' 당부를 하고, 저녁에는 외빈 만찬을 하고 늦게 귀가를 했습니다.
한숨 돌리려던 찰나에, 난데없는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습니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2025년에 비상계엄이라니 믿기 힘든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유신·군부독재 시절, 대학생이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강제징집되어, 군인 신분으로 계엄을 겪었습니다.
원주 KBS 방송국에 파견 나가 있던 중에 우연히 5·18 광주의 실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탈영을 해야 하나 고뇌의 밤을 보냈습니다.
전역 후 5·18 1주기 시위를 주도하다 검거되어 2년 10개월간 수감생활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계엄'이라는 단어는 국민의 목숨과 민주주의의 존망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그날 밤, '동이 트기 전에 계엄을 끝낸다'는 비장한 각오로 국회에 갔고, 여러분 모두가 아시듯 월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회는 2시간 30분 만에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11일 만에 대통령을 탄핵소추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탄핵이 인용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사회적 갈등, 경제적 충격, 안보 불안 속에서 혼란의 긴 터널을 지나오는 과정도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계엄군에 침탈당한 피해기관이자, 대통령 탄핵 심판 청구기관이고, 국가 리더십의 공백 상황에서 유일하게 민주적 정통성을 가진 헌법기관인 국회가 중심을 잡고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하나하나가 새로운 전례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대외신인도를 방어하기 위해 필사적인 외교활동도 펼쳤습니다.
나중에 보니 6개월간 제가 만난 외국 인사만 해도 78개국 110명, 각국 지도자에게 낸 서한도 170건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아직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제 12·3의 의미를 차분히 성찰할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12·3이 우리에게 일깨워 준 것>
12·3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우리 국민이 다시 확인한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헌법의 힘입니다. 위기의 순간, 헌법은 추상적 선언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 민주화는 헌법 투쟁의 역사였습니다. 4·19에서 12·3 비상계엄 극복까지, 우리 국민은 권력자의 헌법 훼손에 저항하고 작동하지 않는 헌법에 의문을 제기하며 민주공화국을 발전시켜왔습니다.
둘째는 국회의 역할입니다.
그동안 국회는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국민은 위기의 순간에 국회에 대한 위협을 '헌정질서 붕괴 신호'로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계엄 해제와 탄핵 소추 과정은 국회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더 넓게 공유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셋째는 민주주의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작동하는 것도, 정치만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란 사실을 우리는 절감했습니다.
주권자 시민의 참여와 견제, 그리고 국회의 책임 있는 역할과 결합될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한 시간이었습니다.
나아가, 12·3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몇 가지 양면성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도 짚고 싶습니다.
우선, 우리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회복력을 동시에 확인했습니다.
최고 권력자의 독단으로 나라가 송두리째 흔들릴 만큼 민주적 통제 장치가 부족했음이 드러났지만, 국민의 용기와 헌신, 언론의 사명감, 국회의 책임성이 결합해 헌정질서를 되돌려 놓을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소셜미디어 역시 그랬습니다. 가짜뉴스와 정보 왜곡, 혐오 확산 같이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통로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진실을 드러내고 시민을 연결하는 민주주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결국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 위기의 순간에 '시민적 덕성(civic virtue)'을 발휘한 국민이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국회였지만 민주주의 최후의 수호자는 국민이었습니다.
<12·3이 남긴 숙제>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가 겪은 일을 많은 전문가들이 '충격 실험(stress test)'에 비유합니다.
차량이 얼마나 견고하지 알기 위해 벽에 부딪치는 실험과 같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이 테스트를 잘 통과한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차량과 다릅니다. 충격 실험을 통과한 기종은 신차가 출고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충격을 받은 채로 계속 운영되어야만 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찌그러진 차체를 펴고, 고장 난 부품을 수리하면서, 멈추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셈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디부터 수리해야 할까.
첫 번째 과제는 정치 양극화 완화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 심각한 정치 양극화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하나의 제도이자 실천이기도 합니다. 헌법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상호인정에 입각하지 않으면 교착과 파행만 부를 뿐입니다.
정치 양극화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정치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정서적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또한 심화될 것입니다.
두 번째 과제는 정치의 중심을 민생에 두는 것입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핵심입니다. 국민 삶의 현장과 유리된 정치 엘리트 간의 타협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낳고, 포퓰리즘의 토양이 됩니다.
민주주의는 누가 집권하느냐가 아니라 국민의 삶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마지막 과제는 개헌입니다.
비상계엄이 우리 헌법의 잘못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헌법에 적힌 절차와 원칙에 따라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모범사례를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적 방벽을 세우는 일은 중요합니다. 권력의 과도한 집중과 승자독식을 완화하고, 변화된 사회상과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는 것도 시급합니다.
우리 헌법이 시대에 조응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는 개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국회만의 일이 아니라 시민과 학계, 언론, 시민사회가 함께 만드는 민주적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개헌을 성사시키는 것 자체가 정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길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
김장 얘기로 시작했으니 김치 얘기로 끝낼까 합니다.
김치는 발효식품입니다. 양념한 배추를 절여서 잘 보관하면 상하는 게 아니라 숙성이 됩니다. 익으면서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하며 몸에 이로운 균을 만들어 냅니다.
지난 1년은, 배추가 김치가 되듯 우리 민주주의가 위기를 견디고 극복하며 성숙해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모든 과정이 더 단단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갑시다.
김장김치를 이웃과 나누듯이 우리 민주주의의 회복과 재도약이 세계 민주주의에도 영감과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