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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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해자 주소, 민사소송에서 어떻게 보호할까

국회입법조사처 “법원 송달제도 개선·주민등록법 개정 필요” 보고서 발간

㈜한국탑뉴스 차복원 기자 |

스토킹·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했을 때, 소송 절차를 악용해 피해자의 주소가 노출되는 사례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6월 25일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통해, “가해자가 민사소송 절차를 이용해 피해자의 변경된 주소를 알아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민사소송에서 피해자 주소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4년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스토킹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소액을 송금한 뒤 이를 빌미로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피해자의 주소를 알아내고 위협한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행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원고는 피고의 주소를 소장에 기재해야 하며, 피고의 주소를 모를 경우 법원이 주소보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 명령서를 근거로 원고는 「주민등록법」상 ‘소송 수행상 필요’에 따라 피고의 주민등록표를 열람하거나 등·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피해자의 주소가 가해자에게 전달될 위험이 존재한다.

입법조사처는 오는 7월 12일부터 시행되는 '소송관계인 개인정보 보호조치' 제도가 일정 부분 위험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가해자가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여전히 주소 노출 우려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행 주민등록법상 주소 열람 제한은 가정폭력 피해자에 국한되어 있으며, ‘소송 수행상 필요’라는 명목으로 가해자가 열람을 시도할 경우 제재가 어려운 구조다.

보고서는 일본, 미국, 독일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피해자 보호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DV 등 지원조치’를 통해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를 알 수 없도록 하고, 법원이 직접 송달을 담당한다. 미국 일부 주는 피해자에게 가상 주소를 부여하고, 주정부가 대신 소송서류를 전달하는 ‘주소 기밀유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독일 역시 주민등록청이 위험성을 판단해 정보차단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안을 제안했다.

첫째, 「주민등록법」을 개정해 스토킹 등 반복적 범죄 피해자도 주민등록표 열람 제한 대상에 포함해야 하며, 소송 수행 목적의 열람·교부도 명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3자가 피해자 정보를 조회할 경우에도 명확한 신청 사유와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주소 비공개 상태에서도 법원이 직접 피고의 주소를 확인해 송달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법」 제294조 ‘조사촉탁’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전자소송 사전포괄동의’를 통해 주소 없이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소장 송달이 가능한 만큼, 피해자 상담 및 수사 단계에서 이 제도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소송 절차가 또 다른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와 원활한 소송 진행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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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복원 기자

한국탑뉴스에서 정치부, 사회부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