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탑뉴스 송행임 기자 |
[허인기자의 정치칼럼] 사법개혁의 본질은 권력 통제가 아니다

▲허인기자
사법개혁은 법원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다. 판결 하나, 결정 하나가 개인의 삶을 좌우하고 사회의 기준이 되는 나라에서 사법은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사법개혁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과연 사법이 공정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사법 불신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국민은 반복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목격했고, 법 앞의 평등이 현실에서는 다르게 작동한다는 경험을 쌓아왔다. 법률 지식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결과를 좌우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사법의 권위를 서서히 잠식해 왔다. 사법이 침묵할수록, 설명하지 않을수록 불신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독립성과 책임의 균형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치권력이나 여론의 압력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순간, 법치는 무너진다. 그러나 독립은 무책임의 면허가 아니다. 독립된 권한에는 그에 상응하는 설명 책임과 검증 장치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판결의 논리는 투명해야 하고, 오류에 대한 제도적 교정 경로는 열려 있어야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닫힌 사법’에서 ‘열린 사법’으로의 전환이다. 법정은 여전히 국민에게 높은 문턱으로 인식된다. 어려운 법률 용어, 불친절한 절차, 형식에 치우친 진행은 사법을 시민의 일상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사법개혁은 조직 개편이나 권한 조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검찰·법원·헌법기관 간의 권한 재정립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어느 한 기관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될 때, 정의는 효율이 아니라 위험이 된다. 권한 분산은 사법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정성을 강화하는 장치다.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때 사법은 비로소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사법개혁이 정치적 구호로 소모될 때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개혁이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거나, 특정 사건을 계기로 감정적으로 추진된다면 제도는 오히려 왜곡된다. 사법개혁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빠른 개혁보다 중요한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신뢰 회복이다.
결국 사법개혁의 목적지는 명확하다. 국민이 패소하더라도 “그래도 공정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법, 권력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 그리고 설명하는 재판이다. 사법이 다시 신뢰를 얻는 순간, 국가는 법으로 통치되는 공동체가 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지금, 사법개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