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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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심삼일을 이기는 반복의 힘

작심삼일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 삼일을 몇 번이고 다시 불러오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탑뉴스 송행임 기자 |

작심삼일을 이기는 반복의 힘

▲김부조(시인·칼럼니스트)

 

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뜻밖의 사실을 전한다. 일반적으로 신체가 건강하고 활기찬 사람들이 혹독한 수용소 생활을 견뎌낼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강이나 지능, 생존 기술조차 생존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 심지어 막연한 희망을 품은 사람들 역시 오래 버티지 못했다.

 

실제로 1944년 성탄절과 이듬해 신년 연휴를 전후한 불과 2주 사이에 많은 수감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만 지나면…”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고 그 절망은 육신의 생명까지 앗아갔다. 막연한 기대는 긍정이 아니라 체념이라는 병을 키우는 독이 되었던 셈이다. 반면 오래 살아남은 이들은 현실에 뿌리를 둔 구체적인 목표를 붙들고 하루하루를 견뎌낸 사람들이었다.

 

프랭클 또한 그러했다. 그는 언젠가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만나리라는 생각으로 버텼고, 자신이 죽으면 아내가 더 큰 슬픔에 빠질 것이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넘겼다. 나중에는 이 끔찍한 수용소의 현실을 기록해 전쟁이 끝난 뒤 반드시 세상에 알리겠다는 사명감이 그를 지탱했다. 그의 생존을 이끈 힘은 희망 그 자체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 목표였다.

 

중국 남송의 유학자 주자는 『송명신 언행록』에서 장영의 말을 전한다.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세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는 잘 보는 것이고, 둘째는 보고 잘 행하는 것이며, 셋째는 행한 뒤 반드시 끝을 보는 것이다.” 이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한 준비와 실행, 마무리의 중요성을 간결하게 짚은 말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고, 실행이 따르지 않으면 계획은 공허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는 일이다.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속담도 같은 뜻을 전한다.

 

초지일관은 누구나 옳다고 말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의 다짐은 흐려지고, 실천력 또한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계획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다잡는 용기와 함께, 처음 세운 뜻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결심을 품는다.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다짐, 매일 글을 쓰겠다는 약속, 미뤄 두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선언. 그러나 그 결심은 대개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 우리는 이를 두고 “또 작심삼일”이라며 스스로를 자조한다.

 

하지만 작심삼일은 의지 부족의 증거라기보다 인간의 솔직한 초상에 가깝다. 새로운 결심 앞에서 누구나 잠시 열정에 불이 붙지만, 일상은 곧 본래의 속도로 돌아온다. 피로와 귀찮음,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결심의 불씨를 덮어 버린다. 작심삼일은 실패의 낙인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 존재인지를 보여 주는 말이다.

 

그래서 목표는 자신의 능력과 현실에 토대를 두고, 강점에 초점을 맞출수록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한 일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새해의 문턱에서 필요한 것은 완벽한 의지가 아니다. 다시 넘어지고도 또 일어설 수 있는 관대함이다. 작심삼일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 삼일을 몇 번이고 다시 불러오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 날 우리는 조용히 초지일관에 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새해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게 시작해 오래 남는 마음을 배우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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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행임 기자

한국탑뉴스에서 사회부와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