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탑뉴스 송행임 기자 |
[허인 기자의 칼럼] 공천이 흔들릴 때, 정당은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한다.
정치에서 공천은 단순한 후보 선발 절차가 아니다.
그 정당이 무엇을 가치로 삼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권력을 배분하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정치의 출발점이다.
최근 여당 내부에서 불거진 공천 혼선은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적 의문을 키우고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약속해왔던 더불어 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오히려 불신과 피로를 누적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준은 모호하고, 절차는 불투명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분산돼 있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반복될수록 ‘정권을 가진 여당’이 아닌 ‘내부 정리에 급급한 정당’이라는 인식이 강화된다.
공천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내용보다 방식이다.
누구를 공천했느냐보다, 왜 그 사람이 선택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이 유권자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이는 특정 인물이나 계파의 문제가 아니라, 당 전체의 시스템 문제로 인식된다. 여당의 공천이 “정치 개혁의 도구”가 아니라 “정치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틈을 파고들며 국민의 힘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대안’의 이미지를 얻고 있다. 적극적 지지라기보다, 여당의 공천 혼선이 만들어낸 상대적 반사이익에 가깝다. 그러나 정치에서 반사이익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여당이 스스로 무너질 때, 야당은 준비되지 않았어도 선택지로 떠오른다.
특히 청년층은 공천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에게 공천은 ‘기회의 공정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능력보다 관계, 절차보다 결과가 우선시되는 듯한 장면은 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로 이어진다.
여당이 청년층과의 접점을 잃어가는 과정에는 정책보다 공천에서의 실망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도층 역시 공천을 통해 정당의 본질을 판단한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실제 공천은 과거 정치의 문법을 반복한다면 중도 층의 신뢰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지금의 지지는 확신이 아니라 유보된 판단에 가깝다.
공천은 선거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정치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여당이 이 과정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지지율의 등락을 넘어 정당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이나 방어가 아니라, 공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와 책임 있는 결단이다.
정치는 결국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서 출발한다. 공천에서조차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정당이, 국정 운영에서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여당 앞에 놓인 과제는 분명하다.
공천을 바로잡지 못하면, 정치는 먼저 여당을 떠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