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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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공기관의 역설 – 당신이 무심코 버린 종이 타월이 세금이다.

단 1초의 편리함에 버려지는 국민 혈세… ‘공짜’라는 인식 속에 실종된 시민 의식

㈜한국탑뉴스 송행임 기자 |

 

공공기관의 역설 – 당신이 무심코 버린 종이 타월이 세금이다.

 

- 단 1초의 편리함에 버려지는 국민 혈세… ‘공짜’라는 인식 속에 실종된 시민 의식

▲한국탑뉴스 편집인

 

서울 시내의 한 정부 청사 화장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세면대 옆 쓰레기통은 금세 하얀 종이 타월로 산을 이룬다.

손에 묻은 물기를 닦는 데는 단 한 장이면 충분하지만, 대다수 이용객은 습관적으로 두세 장, 많게는 대여섯 장씩 뭉텅이로 뽑아 든다. 대충 손등만 닦고 던져진 종이 타월 중에는 아직 물기조차 묻지 않은 '새것' 같은 종이도 수두룩하다.

우리 사회의 무뎌진 절약 감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풍경이다.

‘한 장이면 충분한데’ 무심코 낭비되는 종이 타월의 경제학을 따져보면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종이 타월 한 장의 가격은 불과 몇 원 수준이지만, 전국 수만 개의 관공서와 백화점 쇼핑장소에서 매일 쏟아지는 막대한 양을 합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소비되는 종이 타월은 수십억 장에 달하며, 특히 관리가 소홀한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낭비가 그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스쳐 지나간 찰나의 편의가 거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비용이 모두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간다는 점이다. 나의 집 화장실에서라면 아껴 썼을 종이 한 장이, 공공기관이라는 '공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런 죄책감 없는 낭비의 대상이 된다.

종이 타월을 생산하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와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비용까지 고려하면, 우리가 무심코 버린 것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자산이다.

복도 정수기 앞의 풍경은 우리 사회의 '의식의 갈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수기 옆 수거함에는 고작 물 한 모금 축이고는 무심하게 던져진 종이컵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간다.

단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 뽑아 든 종이컵은 10초도 채 되지 않아 쓰레기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 위기로 인해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리고 차량 5부제까지 시행되는 비상시국이지만, 정작 공공기관 안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소소한 낭비’에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는다. "내 돈 드는 것 아니니 괜찮다"라는 이기주의와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방관이 맞물려 거대한 자원 낭비의 늪을 만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 공허한 '현수막' 뒤에 숨지 말고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

어느 지자체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20% 줄이자는 현수막을 내걸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지만, 정작 관공서 내부의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나 자원 절약 시스템 구축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민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공공기관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아끼자"라는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종이 타월 대신 고효율 건조기를 설치하거나 개인 손수건 사용 시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제라도 공공의 솔선수범을 보이자.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부터 종이컵 대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는 '실천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공공서비스를 단순히 구경하고 이용하는 '관객'이 아니라, 그 모든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비용을 지불하는 엄연한 '납세자'이자 주인이다.

화장실에서 무심코 뽑아 버린 종이 타월 한 장, 정수기 앞에서 쉽게 쓰고 버린 종이컵 하나가 결국은 내 지갑에서 나가는 세금이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직시해야 한다.

공공의 자산이 낭비되는 뒷모습에 우리 중 방관자는 없어야 한다.

절약은 결코 가난의 상징이 아니다.

자원을 대하는 품격이자, 공동체에 대한 예의다.

공공기관 화장실에서 종이 타월 한 장을 덜 뽑는 작은 행위가 대한민국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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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행임 기자

한국탑뉴스에서 사회부와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입니다.